카페탐방 : 이곳저곳

[용인카페/남사카페] 스페이스돌

WickeDio 2021. 9. 10. 22:10

가끔 근교로 가고 싶거나 한적한 카페를 가고 싶을 때 가면 좋은 카페가 있다.

용인 처인구 남사에 있는 '스페이스돌'이다. 


 이 곳은 탁 트인 전경과 묘한 분위기로 조곤조곤 이야기 하기 좋은 곳이다. 카페는 저마다 커피가 맛있는 곳,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좋은 곳, 카페보다는 뷰가 좋은 곳, 카페 근처가 한적해서 쉬다가기 좋은 곳 등이 있는데 스페이스돌의 경우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좋고 한적한 느낌을 주는 카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는 애착을 가지고 찾아가기는 쉽지 않은데, 스페이스돌만의 시그니처메뉴가 굉장히 맛있어서 한번쯤 가볼만 한 곳이다. 

 사실 스페이스돌의 메뉴 중 아메리카노는 딱히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보통의 씁쓸함과 산미, 약간의 싱거움. '아 좀 아쉬운데' 하는 맛이었다. 쓴맛이 강조되지 않고, 바디나 향미가 좋은 아메리카노를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페이스돌의 아메리카노가 나에게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고 산미 또한 내 기대만큼 조화롭지는 않았다. 멋진 인테리어 때문에 기대감이 높아졌을지도 모르지만 무튼 첫 느낌은 그랬다. 


 하지만, '피콜로비앙코' 이 메뉴는 정말 맛있었다. 메뉴판에는 '플랫화이트'와 생크림의 콜라보라고 설명되어있는데 설명만 봐도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적갈색 커피폼에 얌전히 자리잡은 하얀 크림이 전반적인 맛을 달달하게 잡아준다. 에스프레소의 맛도 아메리카노로 먹었을 때를 생각하면 같은 머신, 같은 사람이 내렸다고 믿기 힘들정도로 진득하고 고소하니 괜찮다. 윗 입술을 폭 파묻고 입천장으로 쭉 들이키면 고소한 커피와 몽글하고 부드럽고 달달한 크림에 이어 우유가 딸려온다. 간이 딱 맞다고 표현하기는 좀 웃기지만, 커피와 크림, 우유의 조화가 절묘하고 맛이 비지 않는다. 위에 뿌려진 설탕이 서걱서걱 씹히며 자극을 전환해주고 후미에 들큰함을 이어준다. 통영의 '카페 미스티크'의 '멜란지 모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가끔 다른 카페에서 '피콜로'는 종종 먹지만 '피콜로비앙코'는 처음인데 상당히 인상 깊어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방문하고 말았다. '피콜로비앙코' 하나를 먹기 위해서.


부드러운 폭신함과 달달함이 매력인 피콜로비앙코


 스페이스돌에는 피콜로비앙코 말고도 시그니처 메뉴가 한개 더 있는데, 사실 피콜로비앙코보다 이게 더 시그니처메뉴라고 할만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DOLL커피'다. 이름만봐도 바로 이게 대표메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메뉴판에는 넛츠시럽과 살구시럽을 넣은 차가운 우유에 리스트레토 트리플샷이라는 설명이 되어있다. 바로 구미를 당겨오는 설명이다. 살구시럽에 리스트레토 트리플샷이라니 리스트레토 추출만 좋다면 도저히 맛이 없을 수 없는 메뉴다. 


시그니처메뉴 DOLL커피


 DOLL커피는 나름대로 특별한 맛이 있었으나 약간 아쉬웠다. 우유와 시럽 때문에 리스트레토의 맛이 좀 묵직하고 바디가 좋았다면 하는 느낌이었다. 아니면 시럽을 조금 더 넉넉하게 넣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넛츠시럽과 살구시럽 커피의 콜라보는 꽤 놀라웠고 신선했다. 또 메뉴자체가 예뻐서 보는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피콜로비앙코'의 승리. 

 그 이후로는 방문할 때마다 피콜로비앙코만 줄곧 시켜서 다른 메뉴는 딱히 먹어보지 않았다. 옆 사람이 주문한걸 살짝 맛 보았을 때는 보통의 카페에 준하는 평범한 맛이었다. 


 테이블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테이블과 테이블의 간격이 넓어서 불편하지 않고, 창문뷰와 자연물을 소재로 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호젓한 느낌마저 준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느낌의 조명과 분위기에 멋드러진 비행선을 연상시키는 조형물이 공중에 걸려있다. 

 왜 이름이 스페이스돌인지 알 수 있는 '돌'을 활용한 테이블, 바가 멋짐을 더한다.


과하지 않고 차분한 느낌의 인테리어


내부에서 바라보는 전경, 맞은편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근처에 수목원으로 추정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주차가 편하고 뷰도 탁 트여있다. 넓은 잔디로 아이들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이 걸어다니기도 한다. 맞은편에는 같은 컨셉의 레스토랑이 있다. 레스토랑은 한번 방문해 보았으나 리뷰를 쓸 정도의 느낌은 아니다. 물론 인테리어는 무척 독특하고 예쁘다. 분위기 내기에 좋은 레스토랑이다.


 스페이스돌은 한마디로 가끔 기분을 내고 싶을 때 방문하는 한적한 카페, 돌의 질감을 살린 독특한 컨셉, 편한 주차, 차분한 분위기, 피콜로비앙코로 정리할 수 있겠다. 완전히 커피의 맛으로 승부한다기 보다는 겸사 겸사 나들이 겸 기분 낼 겸 맛있는 피콜로비앙코를 위해 찾아 가는 곳. 좋은 분위기와 환경에는 맛있는 커피 메뉴 하나면 충분하다.


★ 포인트 

1. 맛: 다른 메뉴는 평타, '피콜로비앙코' 추천

2. 분위기: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이나 요일이나 시간대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음.

3. 뷰: 햇빛이 잘 드는 큰 창으로 넓은 잔디와 시야가 좋음.

4. 접근성: 용인 외곽, 화성과 용인 사이에 있음. 차로 30분 정도 거리인듯. 주차공간은 넓은 편.

+

☆가족과의 나들이, 분위기 전환, 나만의 차분한 시간이 필요할 때.